본성

:: 일상의 이야기 2010/01/08 00:49

아주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 같은데, 결혼하기 전 예비 배우자에게 꼭 시도해봐야 할 일 중 하나는 취할 때 까지 술 먹이기라 하였던가. 술이 들어가서도 자기 절제력을 잃지 않거나, 술이 들어가 자기 절제력을 잃었더라도 큰 주사가 없는 사람의 경우는 반평생을 함께 할 만 하다는 이유였다. 반대로, 평소에 멀쩡하더라도 술이 들어갔을 때 주체할 수 없는 주사를 부리는 사람은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는 말과 함께.

 

어스(assistant)들과 함께 저녁 회식을 했다. 덕분에 보스의 추가적인 심부름을 해야 했지만. 여자 열 명이 모여 앉아서 수다 떨며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는데, 우리끼리여서 그런지 이런저런 뒷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제법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술이 들어갔을 때 FC들의 모습이었달까. 물론 남자들의 사회 중 일부는 유흥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그건 개인차가 있으니 (나는 내 배우자에게 그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으며, 유사한 맥락에서 그러한 사람을 만날 의사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된 사회상의 한 단면이라 생각하는 편이라 "어떤 남자는 유흥을 즐긴다"는 가설을 부정하진 않는다. (부정할 수도 없다) 다만, 오늘의 자리에서는 -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몇몇 사람들이 술이 들어가 적당히 취기가 오르게 되면 성추행을 하거나 유흥업소에서의 그러한... 뭐 그런 것을 은근히 드러낸다는 사실을 듣고는 꽤나 놀랐었다. 더군다나 그 사람이 가장으로서 취하는 행동에 내가 꽤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한 편으로는 감쪽같이 속았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으니까.

 

약을 핑계로 술을 마시진 않았는데, 술이 들어간 오늘의 멤버 중 일부는 평소 일할 때의 이미지와는 꽤 다른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여자들끼리였기에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 큰 사고도 없었고 별 다른 소동도 없었지만. 좀 더 표현이라던가, 행동이 자유로워진달까. 그런 차이는 있었다. (후일담으로 들은 어떤 주사의 이야기도 꽤나 반전이었다;)

 

 

글쎄.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몰라도 나는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물론 기분 좋게 적당히 취하는 것은 좋다고 하지만, 내가 술을 삼켜야지 술이 나를 삼켜서는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술자리의 분위기라는 것은 썩 싫어하지는 않는 편이다. (물론 그 술자리 분위기에 성추행/성희롱이 들어가면 그 때 부터는 싫다. 이건 술자리라서 싫은게 아니라 성추행/성희롱이 있는 자리라서 싫은거다. 이 구분은 확실히 해 두자.)

 

다만 나의 경우 복수의 남녀 집단에서 술을 마실 기회가 없기 때문에(...) 혼성의 술자리에서 남자는 성추행/희롱 가해자다, 라는 편견이 뿌리박혀있어, 술자리가 혼성으로 이루어진다면 꺼리는 편이기도 하다. 다소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고, 하나의 편견일 수도 있지만 - 아직까지 이 편견을 깰 기회가 없었다.

 

술이 들어가면 의외의 본성이 나온다. 늘 술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