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인간은 수정란 때 부터 성적 존재이다" 라는 것에 대한 O, X 퀴즈. 이에 대한 답을 O 라고 하면서, 설명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부터 태아는 성과 관련한 호르몬을 가지고 있다"
뭥미.
인간 뿐 아니라 대부분의 동물들이 그 형태는 다르더라도 비슷한 과정을 갖는 발생 단계를 거친다. 수정란embryo은 엄밀히 말하면 세포 단계. 요컨데 정자와 난자의 핵 융합이 진행되어 하나의 개체로 발생을 시작한 세포(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수정란이 모두 태아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상당수가 수정에 성공하더라도 발생 과정 중 죽거나 소멸될 수 있다. 또한 수정란은 모체에 착상되어 있지 않다. 자궁에의 착상을 위해 이동하는 과정 중 지속적으로 분열을 하여 배반포blastocyst를 만든다.
배반포blastocyst라는 것은 수정란이 지속적인 세포 분열을 통해 만들어낸 세포 덩어리. 그러나 아직 어떤 기관을 갖추지는 않았다. 이 단계에서 일부 세포는 태아로의 발생을 준비하고 일부 세포는 모체에 착상하기 위한 태반을 형성하며, 착상이 이루어진다. 요컨데 이제야 엄마 몸에 자리 잡을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체에의 착상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이 작은 세포 덩어리가 본격적인 발생을 시작한다. (보통 배아 줄기 세포라는 것은 이 단계에서 채취한다 -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조직/기관으로의 발생 가능성을 갖는 것이다)
이 단계 까지는 아직 세포의 운명이 정해지지 않았달까, 일단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배아 줄기 세포Embryonic Stem Cell, ESC의 전능성pluripotency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일부의 세포를 제거하여도 나머지 세포들이 알아서 일을 하고, 제거된 세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또한 여기까지는 모체가 별 다른 이상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모체가 늘 겪는 일이 없다면 의심을 할 수 있겠지만 - 이미 시기적으로 착상이 완료되었을 수가 있다. 이 부분은 다시 한 번 책을 보고 확인해야 할 것) 다만 호르몬 수치의 변화 등을 확인하여 자신의 임신 여부를 알 수는 있다.
그리고 이렇게 배반포의 일부가 발생하여 하나의 개체가 되는 과정 단계를, 그제서야 태아fetus라고 부를 수 있다. 또한 세포들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전능성pluripotency를 잃어가며, 조금씩 각자의 역할을 맡아 분열-분화를 지속해간다. 여전히 다능성multipotency은 가지고 있다. 다만 어떤 부분은 반드시 어떤 조직/기관으로 자라나게 되고, 어떤 다른 부분은 그러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 배반포와의 차이라고 하겠다.
엄밀히 말하면 저 단계단계를 구분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는 각각이 따로 어떤 명확한 단계나 구분을 가지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 그라데이션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배반포와 수정란, 그리고 태아의 경계는 불분명하지만 학자들은 필요에 의해 (보통 시간적, 형태적 구분을 바탕으로 하여) 그 명칭을 정의한다.
그러나 수정란과 태아의 차이는 크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와 대학 신입생 처럼 말이다. 양쪽 모두에게 "넌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분명 전자와 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차이가 크다. 전자는 앞으로 대학 신입생이 될 수도 있고, 고교 졸업생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고교 4학년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후자는 어쨌든 고교 졸업생 까지의 단계는 끝마친 셈. 대학 신입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수정란과 태아의 차이.
따라서 문제가 올바른 정보를 담고 올바른 상식 퀴즈가 되기 위해서는 답을 X 로 고치던가, 아니면 "인간은 태아 때 부터 성적인 존재이다" 라고 문제를 내어야 옳겠다.
내가 답 틀려서 욱해서 쓰는 글 아니다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