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디카프리오와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놓고 고백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기뻤습니다... 감상은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배경은 1954 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냉전 직후의 상황입니다. 셔터 아일랜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중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수용 시설입니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신과학의 발달에 대한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물론 영화 내에서 어느 정도 설명을 해 줍니다만, 문외한은 조금 낯설 소재입니다. 이번 감상글은 스포일러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류 역사상 의학이 가장 급격하게 발달하게 된 계기는 두 번의 세계대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차,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부상자에 대한 외과적 치료 기법 및 마취 기술이 발달하였고, 전쟁을 겪은 후 참전 병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의 치료를 위해 내과 및 정신과학적 연구가 활발했습니다. (이에 덧붙이자면 나치와 일본군의 생체 실험 역시 의학 발달에 일조를 하였지요)
이 중 정신과학적 의료 기술의 발달은, 한 편으로는 매우 잔인한 실험적 기법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셔터 아일랜드에서도 Lobotomy 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 단어 익숙하군요...귀에 쏙 들어와줘서 좋았습니다. 괜히 학부 다니던 시절 뇌과학에 미쳐 지냈던게 아닙니다. 여튼 번역은 뭔가 매우 어려운 말로 되어 있습니다만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뇌엽절제술, 즉 뇌의 일부를 외과적으로 절제하는 수술법입니다. 이 수술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심한 망상이나 폭력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실제로 시술되었으며,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대부분은 매우 온순해짐과 동시에 자립적인 사고능력을 잃는 부작용을 보이기도 합니다.
시술 이후의 부작용 때문에 논란이 많았던 치료법이지요. 영화에서도 언급됩니다만, lobotomy 가 비인간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약물 치료를 선호했던 의사들 그룹도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언제나 과학의 발전은 양립하는 두 가지 사이에 새로운 방법이 제시되면서 이루어지는 듯 합니다.
여튼, 이러한 배경지식들을 가지고 영화를 보면 좋습니다. 영화는 몇 가지 복선을 꽤 꼼꼼하게 깔아놓은 바 있습니다. 섬세하긴. 영화를 보면서 메멘토가 생각나더군요. 메멘토 역시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두 영화를 함께 보고 비교하면 꽤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망상과 자기 방어 기제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이랄까요.
인간의 뇌는 스트레스에 취약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자기 방어를 하게 됩니다. 물론 생리학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에 의한 방어 반응은 즉시적임과 동시에 어느 정도 지속적이고, 단시간 내 그 개체의 생존율을 높여줄 수는 있겠지만 면역 반응 및 개체의 안정적인 생존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즉, 스트레스가 지속적인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을 차단하기 위한 기작으로 뇌는 현실을 왜곡해서 인지하는 짓을 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일시적인 현실도피로 나타나지만, 심한 경우는 병리적 증상이라 이야기 하는 여러가지 증상들로 나타나게 되죠.
셔터 아일랜드에서는 이것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겪는 현실과 그의 꿈, 환각, 편두통과 같은 증상들을 통해 왜곡된 현실과 직시해야만 하는 진실을 동시에 비추고 있습니다. 왜곡된 현실 속에서도 뇌가 감추고 있을 뿐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지속적으로 자각되면서 주인공이 행동하고 선택하는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괴물로 살아갈 지, 인간답게 죽을 지에 대한 선택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선택한 것이 과연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Lobotomy 를 시술받은 환자들이 자아를 잃으며 좀비(영화에서는 ghost라고 합니다만)처럼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영화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는데, 동시에 영어에서의 monster 가 연쇄 살인범, 중범죄자를 칭하는 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느 쪽이 괴물인지는 따로 판단해야 할 일 같습니다.
아쉽게도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흡입력을 발휘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재와 스토리텔링 그 자체로 스릴있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소재였기에 좋았습니다.
|
by J. |
||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
| 5 | 6 | 7 | 8 | 9 | 10 | 11 |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 26 | 27 | 28 | 29 | 30 |